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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맛집]

하얀앙녀 2009. 7. 2. 13:07

 

 

 

고래고기 넘는 울산 맛집 찾아 '가속 페달'

 





"울산 하면 고래고기 아닌가?" "언양 불고기를 해봐라." 울산 맛집 기사를 쓰겠다니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업도시 울산. 인구 100만명이 넘는 울산의 시민들이 고래와 불고기만 먹고 살까? 부울고속도로가 개통되며 해운대에서 울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었다. 기자는 배가 고프고, 차는 스피드가 고팠다. 둘이 마음이 맞으니 속도계가 순식간에 180㎞를 넘어선다. 울산에서 소문난 맛집 네 곳을 소개한다. 울산에 가시는 독자분들 '과식& 과속 스캔들' 조심하시라.


#'물과 비빔 사이 고민 끝'- 대일함흥냉면

냉면 하면 '함흥'과 '평양'이다. 울산시 중구 태화동에는 함흥에서 월남한 실향민 가족들이 만드는 함흥냉면집이 있다. 여기는 비빔과 물냉면을 동시에 즐기는 '두 칸 냉면'으로 더욱 이름이 났다. 부산에 피란와 살다 직장 따라 울산에 정착했다는 김영근(64) 대표. 두 칸 냉면 그릇을 보여준다.

거 참 묘하게 생겼다. 비빔과 물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 준 기발한 아이디어다. 김 대표는 "전국의 냉면집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대박이 난다고 주물 공장에다 권유를 했다. 하지만 다른 냉면집은 전부 외면해 그 공장이 망했다"고 겸연쩍어한다. 음식은 이번에 못 먹은 걸 다음에 찾아와 먹는 여운이 있어야 하는 법. 연인들이 하나를 시켜서 둘이 나눠 먹는 바람에 김 대표도 남는 게 없었다. 자꾸 찾아서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형편.

속도 모르는 무심한 냉면들이 속속 도착했다. 일단 한 그릇의 양이 엄청 많다. 공단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하다 보니 양이 많아졌단다. 이러니 둘이 갈라 먹지. 100% 고구마 전분을 사용했다는 냉면의 면발이 다른 집과 확실하게 다르다. 탄력이 있으나 질기지 않다. 이게 함흥냉면 맛이다. 이 맛을 내기 위해 올해에 쓸 면을 지난해에 미리 가져와 말린 것이다. 양념장은 경상도 입맛에 맞추어 강하게 당겨준다. 서울에서 오는 손님에게는 싱겁게 해주는 게 팁이다. 둘 다 맛보려면 물부터 먹고 비빔냉면에 손대야 먹을 줄 아는 사람이다.

호기심 많은 분들에게는 건강식 개념의 야채냉면도 괜찮다. 쟁반냉면은 석남사 스님들이 생강 마늘 빼고 동치미 육수로 냉면을 먹는 방식을 배워 만든 메뉴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냉면이다. 가족 단위로 오는 손님들 중에 칠순 노인이나 미취학 아동이 있으면 밥값을 받지 않는다. 많이 베풀어야 성공하는 모양이다.

 

평양·함흥냉면 각 5천원, 두칸냉면 6천원.

 

오전 10시30분∼오후 9시30분 영업.

 

학성여중 앞. 052-249-5836.



#'면에 마음을 담다'-본정

일본 영화 '우동'을 보고 한참 동안 부러웠다. 그런데 울산에 갔더니 일본 우동 못지않은 전통과 맛을 지닌 우동집이 있었다. 울산시 남구 달동의 '본정'은 3대째, 50년 전통의 우동을 자랑한다. '본정' 이종원(46) 대표에게 우동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표의 할아버지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우동 만드는 기술을 배워 왔다.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50년 전부터 우동 장사를 했는데 얼마나 문전성시를 이루었던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지금은 그의 형이 청주에서 대를 잇고 있다.

이씨는 울산에 음악교사로 내려왔는데 우동이 늘 그리웠단다. "우동 한 그릇 먹으러 청주까지 가야 하나?" 하다가 2004년에 우동집을 아예 차렸다. '본정'의 우동 육수는 멸치 국물에 다시마, 가다랑어를 사용한다. 우동 국물 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다. 그 국물 맛이 자꾸 생각이 난다. 이렇게 여우에게 홀리듯이 입맛을 홀린다고 해서 '여우우동'이라고 부른다.

우동 못지않게 메밀국수도 이름이 났다. 냉메밀 맛을 보니 시중에 파는 판메밀과는 끝맛이 다르다. 면이 매끌매끌한 느낌이어서 좋다. 육수도 맛이 있다. 사람들이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두껍게 썬 노란 무가 깔끔한 이 집 인테리어와 잘 어울렸다. 여름 우동, 겨울 메밀이 더 맛이 있단다.

매주 일요일에는 쉬고, 한여름철 3시에서 5시까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몸이 피곤하면 음식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가게 이름을 '본정'이라고 지었다. 음악이나 요리나 손 끝에 내 마음을 담는다는 면에서 똑같다. 맛의 기본을 지키는 걸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집에서 식초를 달라면 냉면집으로 가라고 야박하게 대꾸하니 조심하자. 만두와 돈가스도 맛이 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30분까지 영업.

 

울산 남구청 바로 뒤편.

 

메밀 중(中) 5천500원, 우동 중 5천원. 052-268-1164.



#'전통의 비빔밥'-함양집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는 4대째 80년 전통을 가진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고 했다.

이곳 '함양집' 근처에 도착하니 고소한 냄새가 골목을 뒤덮고 있다. 과연 이름이 날 만하다. 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함양집은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1대부터 4대까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전통이 함께하니 처음 와도 믿을 만하다.

비빔밥을 먹기에 앞서 묵채를 맛보라고 했다. 메밀묵에 김이 뿌려져 있다. 훌훌 마시듯이 먹었더니 입맛이 살아난다. 여태 이 맛있는 전통 애피타이저를 몰라봤다.

고사리와 콩나물, 시금치나물, 무나물, 미나리줄기 등이 오르고 참기름과 고추장 등을 얹은 비빔밥이 나왔다. 육회가 들어가니 진주식 같고, 미역과 전복을 보면 갯가쪽 음식이 섞인 것 같다.

가만히 보자. 밥과 국이 모두 놋그릇에 담겨 있다. 놋쇠는 닦기에 너무 힘이 든다. 식기세척기로 세척한 뒤 다시 손으로 닦는다는데 정성이 대단하다. 무와 소고기, 홍합을 넣고 끓인 탕국도 맛이 있다.

4대째를 이은 윤희(40)씨는 15년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지난해에 물려받았단다. "음식 장사가 힘든 줄 알지만 대를 잇고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물려주었으면 좋겠다. 글로벌화된 만큼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서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음식의 맛을 내려면 온도가 중요하다. 이 놋쇠 그릇들은 비빔밥을 담기 전에 모두 온장고에 있었다.

윤씨의 어머니 황화선씨는 "늘 '칼클게 해라(깨끗하게 해라)'던 1대인 시할머니(강분남)의 이야기가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영업. 매주 일요일에는 쉰다.

 

전통비빔밥 7천원, 묵채 3천원, 곰탕 5천원.

 

울산시청 앞 경남은행과 농협 사이 골목. 052-275-6947.



#'백년 된 한옥의 운치'- 외가집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한옥에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집을 찾는다면 '외가집'이 딱이다. 울산시 중구 학산동의 외가집은 백년 된 한옥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기와지붕과 잘 어우러진 마당의 구석구석에는 옛 물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누가 살던 집일까? 1960∼70년대 울산 갑부가 살았던 한옥을 개조했단다.

누가 살았느냐도 중요하지만 지금 누가 사느냐가 중요하다. 이 집 곳곳에는 미술을 전공한 최대진 대표의 손때가 묻어 있다. 이 집이 최 대표의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비찜정식과 돌솥정식을 맛보았다. 갈비찜정식은 전통한우 갈비에 여섯 가지의 한약재를 넣어 조리했다. 밥이 맛이 있고 반찬은 정갈하다. 개인적으로는 맛이 좀 강하다는 느낌이다.

 

오전 11시30분에서 오후 10시까지 영업.

 

갈비찜정식 1만2천원, 돌솥정식 1만원.

 

삼성리빙프라자 옆. 052-246-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