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고종관.권혁재] 'A라는 여성이 있다. 어느 날 첫눈에 '내 사람'을 만났다. 이후 그녀의 삶은 180도로 바뀌었다. 그녀의 관심과 모든 행동은 한 이성이라는 채널에 맞춰진다. 그의 말 한마디, 작은 표현에도 감격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가 없으면 자신이 초라해질 것 같아 늘 좌불안석이다. 사랑을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녀의 집요함과 왜곡된 환상은 결국 남성을 떠나보낸다. 이후 그녀의 행복과 자존감은 모두 사라졌다'.
'사랑중독증'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중독은 무섭다. 단연코 끊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병적인 사랑이라도 때론 합리화되고, 아름답게 미화된다. 최근 '사랑중독증'(학지사 간)을 번역.출판한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임상심리)교수에게 사랑 중독의 증상과 정신적 배경, 극복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글=고종관 건강팀장 kojokw@joongang.co.kr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나는 없고 상대방만 있다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랑에 몰입되는 과정에서도 건강한 사랑은 나와 남의 뚜렷한 경계가 있다. 줄다리기처럼 균형을 이루며 때론 주장하고, 때론 양보하며 사랑의 지평을 넓혀간다. 그러나 중독된 사랑은 일방적이다. 자신의 존재와 가치는 없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만 보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희생적이다. 그렇다고 헌신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헌신이란 이타적 행동이다. 거기엔 남들이 인정하는 객관적인 가치가 있다. 사랑중독자의 집착은 의미 없는 맹목적인 추구다.
스토커와도 다르다. 편집형 성격 장애로 표현되는 스토커들의 심리엔 강한 적대감과 분노가 있다. 반면 사랑중독자들은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또 의존한다.
세 가지 중요한 유형이 있다. 첫째는 상대방에 대한 과잉반응이다. 파트너를 과대평가하고, 심취한다. 질투와 소유욕을 강렬하게 경험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흥분하고, 책망한다. 둘째는 과도한 몰입이다. 상대방이 항상 머릿속을 지배하고, 그를 축으로 두뇌가 회전한다. 그와 관계되지 않는 일에는 흥미가 없고, 그를 보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삶의 전부다. 셋째는 비현실적인 기대다. 그와 있으면 내 삶이 더 좋아진다거나, 더 행복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여기'의 현실을 부정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환상에 맞게 바꾸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자신도 연기하듯 행동하고, 환상에 따라 행동한다.
어릴 적 애정 결핍이 발단건강한 사랑의 기반은 건강한 자기애(self-love)에 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타인과의 안정된 애정관계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중독증은 정신질환은 아니다. 자기 가치감이 매우 낮은 심리 장애의 범주에 속한다. 대체로 우울장애나 히스테리성 성격, 경계성 성격 장애에서 많이 나타난다.
정신적 배경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랑중독자들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됨으로써 자신이 무가치하며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사랑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잠재돼 있다. 애정을 주는 사람이 자신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 자신감이 중요해사랑중독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상호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건강치 못한 생각을 건강한 사고로 바꿔야 한다.
신 교수는 하루에 파트너를 몇 번 생각하고, 어떤 유형의 생각을 하는지 기록하고 변화의 목표를 세우라고 주문한다. '나는 ××를 하루에 세 번만 생각한다'또는 '저녁 식사 후 서점에 가고, 이후에는 운동을 한다'는 식으로 자신을 위한 스케줄을 빠듯하게 짠다. 시간표는 매일, 매주, 매달 짜고 장기적인 계획도 준비한다. 식사.운동.음악.친구 만나기 등이 하루 일과표라면 특별한 휴식.영화.미용실 가기 등은 매달 계획에, 제주도 여행이나 해외여행은 장기 계획에 집어넣는다.
무엇보다 사랑중독에서 탈출하려면 자신의 가치와 존중감를 높여야 한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가 있건 없건 나는 매력적이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행동의 주도권을 갖고, 내적인 힘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과 원하는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때엔 '먼저 관계를 청산할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순교나 희생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50% 이상 문항에서'매우 그렇다'혹은 '그렇다'에 해당하 면 사랑중독 증세(1) 사람을 만날 때 내가 원하던 '그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차린다.
(2) 항상 그 사람만을 생각한다.
(3) 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해도 집중하기 어렵다(4) 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으면, 나는 비참하다.
(5) 그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해 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한다.
(6) 누군가와 교제하고 있지 않으면 나는 늘 만날 사람을 찾게 된다.
(7) 그 사람이 전화할 것 같으면 외출을 안 한다.
(8)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시험한다.
(9) 그 사람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계획을 세운다.
(10) 그와의 통화나 데이트에 대해 모두 기억하고 기록한다.
(11) 그 사람과의 만남에서 선물을 주는 사람은 주로 나다.
(12)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13) 우리가 함께할 미래에 대해 공상을 많이 한다.
(14) 그 사람에게 그 무엇도 숨기고 싶지 않다.
(15) 친구를 만날 때 항상 그 사람 얘기를 한다.
(16) 그 사람과의 뭔가 잘못되면 내 탓으로 돌린다.
(17) 그 사람이 타인에게 매력을 느낄까봐 두렵다.
(18) 그 사람을 만날 시간이 다가오면 흥분되거나 안절부절 못한다.
▶고종관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kojokw/-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중앙일보 &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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